아주 작고 단단한 입


전시 설명

<작가 노트>

작년 여름, 회화작업들에서 두드러졌던 평면적인 화면을 극복하고자, 공간감을 가진 화면을 만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조각을 배우는 것이었다. 그렇게 목조각을 시작하게 되었다. 조각은 회화보다 완성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물리적으로 들이는 힘에 비해 반응이나 변화가 적어서 인내심이 필수다. 나는 인내심이 없는 것 같은데 (뭐든 서두르고 대충대충 하는 편) 목조각은 의외로 잘 맞았다. 회화는 할수록 마음이 번잡해지는 반면, 목조각은 조금씩 깎아나갈 때마다 어떤 형태가 튀어나오지 않아도 마음이 계속해서 안정되는 느낌이다. 조각을 하는 과정은 음식을 먹을 때와 유사했다. 이는 음식을 자르고, 혀는 동시에 잘린 음식들을 실어 나르고. 이 과정은 매우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다치게 되어있다. 그런 긴장감도 어쩌면 조각의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야금야금 파다보면 마치, 아주 작고 단단한 입을 가진 동물이 되어 나무를 파먹는 느낌이다.

어쨌든 실제로 대상을 인지하는 방법에 많은 변화를 준 것 같다. 기존에 보던 사물들을 모두 조각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그게 너무 즐겁다. 그래서 다시 열심히 세상을 더듬으며 관찰하고 있다.


전시 기간

3월 15일 - 29일


기획

김오리


참여 작가

김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