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wn in the hole


전시 설명


<작가노트>

무심코 바라본 왼손 중지의 흉터는 창가로 들어온 빛이 유난히 시리게 느껴지던 어느 날을 상기시켰다. 곡선형의 창살 사이로 바삐 움직이던 노랑, 그 정신 없는 틈으로 마주친 까만 눈동자의 모호한 시선을 한참 쫓던 순간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변을 맴돈다. 그날의 감각은 내 옆을 지나치던 살수차에서 쏟아졌다. 흘러나온 물줄기는 건널목 위 사람들의 엇갈림을 지나, 알록달록 하지만 정갈한 조경 사이사이 마구잡이로 솟아난 풀의 내음이 풍기는 풍경으로 흐른다. 흘러간 자리엔 지난 기억과 새로운 기억이 될 현재가 뒤얽혀 구멍들을 만들어낸다. 채워졌는지 텅 비었는지 모를 틈은 주변에서 흘러오는 여러 자극을 관대하게 받아들이며 지금-여기 ‘살아 있다’라는 감각을 발화하듯 일깨운다. 나는 그런 형언할 수 없는 즉발 직전의 상태를 뾰족한 펜 끝으로 종이 위에 곱씹듯 새긴다.



전시 기간

10월 31일 - 11월 6일


기획

가삼로지을, 브룩(Brook)


참여 작가

브룩(Br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