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retend to Be Okay but, I Am Not Okay


전시설명

I Pretend to Be Okay but, I Am Not Okay: 어긋난 각도로/를 건져 올리는 방법

그들의 세계는 우리의 세계로부터 유리되어 있다.
우리의 세계는 그들의 세계로부터 유리되어 있다.

종종 이해가 불가능한, 어쩌면 용서조차 불가능한 사건들을 꿈의 안팎에서 마주한다. 그러나 이미 타자화되어 아름다움으로 치환되어버린 이미지를 멍하게 바라보는 일은 감히 거역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한 사건의 비극적 결말에 앞서 눈길을 사로잡 는 건 미디어를 통해 송출되는 순간적이고도 얇은 단면이다. 폭발은 기나긴 역사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사고이자 사건이 지만, 어떤 사람들의 일상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짧게나마 세상을 시끄럽게 채웠던 뉴스가 끝나고 나면 선연한 색채만이 잔상으로 남는다. 양하의 회화에서 이러한 색감은 투명한 방식으로, 동시에 투명한 의도로 번역된다. 곳곳을 떠들썩하게 했던 폭 발의 장면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과 프로파간다 포스터를 닮은 단순한 선과 함께 말랑하고도 무른 풍경으로 치환된다. 그 결 과는 지극히 평면적이나 오히려 괴리감으로 가득한 세계를 전면에 내세운다. 분명 아무것도 아닌 듯 보였던 것도 돌이켜 보면 아무것도 아닐 리 없었다는 것, 괜찮은 척하던 이들 중 그 누구도 괜찮지 않았다는 것. 그런 목소리가 가득한 세계다.

폭발과 병치된 성모마리아의 모습은 작가 세대의 자화상으로서 존재하며 또 다른 간극을 낳는다. 거룩한 얼굴로 감정을 삭제 한 채 고결하게 눈물 흘리는 성화 속 마리아와 달리, 작가의 작업 속 마리아들은 마치 거대한 시스템 오류인 듯 분노의 눈물을 흘린다. 이들은 타의에 의해 만들어진 망각이 세계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기도를 나지막이 읊는다. 그리고 더는 무언가에 관해 묻지 않는 이들을 위해 파리한 얼굴로 문장을 조그맣게 뱉어낸다. 옅은 쓴맛이 날 듯한 두 뺨 위의 눈물 줄기는 이 세상이 ‘되어 야 했던 것’과 ‘되고야 만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권이 특권인지 모르는 이들은, 마리아와의 동일시가 필요하지 않은 이들은 눈물의 무게를 결코 상상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신체를 최대한 사용하여 응축된 에너지를 한정된 공간 에 흩뿌린다. 얇게 드리워진 페인트와 스프레이의 막은 하나의 장소에, 그러나 전체에 존재함으로써 중층적인 시각장을 형성 해낸다. 이곳은 부드러운 원색이 어루만지는 언덕이 되기보다 새로운 폭발의 장이 되기를 선택한다. 이때의 폭발은 여성, 그리 고 여성성의 이미지를 전복하는 도화선으로 나아간다.

이 작은 공간에서 선연하게 드러나는 것은 색채에 그치지 않는다. 작가의 붓질에 의해 제시된 2차원이 각기 다른 긴장 상태에 놓일 때, 캔버스로 재편된 공간은 유미적이면서도 비극적인 디스플레이를 거쳐 곧 3차원으로 재맥락화된다. 벽은 여기에서 지 지체로만 존재하지 않으며, 단순한 표면이 되기를 거부한다. 그 위에서 사그라든 폭발의 흔적으로는 불균질한 윤곽선만이 남 아 있지만, 이는 오히려 서사의 구조체를 태연하게 지탱해낸다. 이들은 곳곳에 숨겨진 폭력성을 가리는 동시에 드러낸다. 마리 아의 자비로운 눈빛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이제 그것은 구름과 꽃을 닮은 폭발음과 함께 모두 파기되었다고 말하면서. 그러면 서도 마리아는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인물이라고 읊조리면서. 오늘의 폭발은 마리아의 오랜 기도원도, 화염으로 가득한 폐허도 아닌 전례 없는 장소를 낳는다. 아름다움은 이곳에서 파열하고 그 잔해들은 우리의 세계와 그들의 세계 어딘가에 조약돌처럼 놓인다. 각자의 세계가 서로 유리되어 있더라도, 우리는 잠식당하는 대신 미풍에 밀려 끼릭대는 돛단배가 되어 그 돌들 사이를 건너가야 한다.

글: 전민지


작품목록

내 진정 사모하는_6, 2021, 캔버스에 오일, 아크릴, 40 x 40 cm
꽃 피운 푸른비를 보고 떠오른 그림_4, 2021, 캔버스에 목탄, 오일, 아크릴, 50 x 50 cm
내 진정 사모하는_7, 2021, 캔버스에 오일, 아크릴, 90 x 90 cm
내 진정 사모하는_5, 2021, 캔버스에 스티커, 오일, 아크릴, 80 x 80 cm
울라고 만든 장면인데 울어야지 뭐_18, 2021, 캔버스에 과슈, 목탄, 오일, 아크릴, 40 x 40 cm


전시기간

11월 18일 - 28일


기획

양하


참여작가

양하


디자인

Daan Zeilstra


촬영

임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