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여행


전시 설명

공간은 무언가를 담고 있다. 밝거나 어두운 조명, 특정 나라의 언어, 알록달록 혹은 무채색의 물건들. 바닷가에서는 짠 내음을 산에서는 계곡 소리를, 북적거리는 시장 거리에서는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들을.

공간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탐험가가 된다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크다면 큰, 작다면 작은 어떤 공간이 담고 있는 세계를 망원경을 들고 때론 현미경을 들고 탐험하게 된다. 새롭거나 익숙한 물건을 찾아내고 공원을 돌아다니는 괴상한 동물에 놀라움을 느낀다.

늘 특색없이 지나쳤던 어떤 공간도 누군가에겐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 춤췄던, 눈빛을 나눴던 그리고 누군가에겐 영감을 주던 곳이 었을 수 있다. 세상 모든 곳에 사람들이 기억들이 이야기들이 묻어있다. 공적인 이야기가 아닌 정말 사사로운 이야기, 공공기관이나 국가에서 기념비적으로 만든 공간이 아닌, 사람과 식물과 동물이 한데 섞여 자생하고 뿌리내리고 잊혀지고 다시 덮히는 세계가 된다.

이번 가삼로지을에서는 사사로운 여행을 떠날 것이다. 제임스 리, 조조 Q, 시키부는 외국과 국내, 자신의 방에 담긴 내음을 이미지를 포착했다. 이들은 관객을 투어 시키기도, 자신이 투어에서 느낀 것을 공유하기도 하면서 가삼로지을을 자유롭게 변주할 것이다.


작가 노트

시키부: 사람들은 그 지역의 옛이름인 피이이피피로 부르기를 더 좋아했는데, 이는 ‘죽어서 무엇도 되지 않고, 아무데도 가지 않는 사람들의 땅’이라는 뜻이다. 아무런 정보없이 언어도 모르는 그 곳에서 피이이피피 4일의 여행기

조조Q: 이 벽 안에서만큼은 우리의 만남도 관계도 내 방도 살아있고 싶다. 복덕방엔 말하지 못했던 사사로운 기억들을 전시해본다. 오래된 필름이 내뱉은 기억을 벽에 걸어본다. 10일 후면 내 방은 사라진다. 나는 이사를 갈 것이고 누군가에겐 잊혀질 것이다. 2010년 7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내 방으로 와요’ ‘내 집으로 와요’

제임스리: 애인을 만나러 멜버른에 갔다. 여행 첫날 우리는 중국식 만두를 먹었다. 여행 중반 에티오피아 식당에서 애인의 부모님을 만났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투어했다. 가는 길에는 피시 앤 칩스를 포장했다. 우연히 들린 문구점에서 좋아하는 윌리엄 모리스 패턴이 찍힌 티슈를 샀다. 캥거루도 보았다. 타워힐 보호구역의 캥거루는 자위를 하고 있었다. 진짜 멜버른. 피자와 파스타, 애그플랜트 파마잔, 베트남식 커피. 베트남식 커피가 달고 맛있었다.


전시 기간

2019.02.28-2019.03.10


참여 작가

제임스리, 조조Q, 시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