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사랑한 개같은 여인
전시 설명
5년 전에 썼던 4줄 정도 되는 토막글에 상상을 더해 써 내려간 짧은 이야기입니다. 그때도 지금도 자유에 대한 열망 비슷한 게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자유로움은 항상 막연합니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면 내 몸에 딱 맞는 슈트를 입고 부서지는 파도 위를 춤추듯 미끄러지는 느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어렵습니다. 작업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더 그럴 것이 자유는 무척 너그럽고 상냥한데 내 마음은 한 번도 그렇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에게 딱 맞는 슈트를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일종의 자유 선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나를 억압하던 관념, 기준, 이상으로부터 떠나 강박적이었던 불안과 근심으로부터 해방을 외칩니다.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마음을 그렇게 먹었습니다.
어느 여름 나는 바캉스가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바캉스의 어원은 라틴어 Vacatio에서 유래했는데 여기에는 자유, 면제라는 뜻이 있습니다. 동시에 텅 비어있다는 영어의 Vacant와도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텅 비워진 순간, 모든 것들로부터 면제된 시간을 살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있습니다. 아마도 작업을 한다는 건 이렇게 텅 빈 시공간에 잠시라도 머물러 보기 위해서일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과제전을 지나 처음으로 세상에 나와 전 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허탈하고 초라한 마음으로 작업을 제출하고 철수하는 일을 반복했는데 이번 여름은 동그란(조개 같은) 마음으로 작업을 해보았습니다. 뜨거웠던 여름을 아쉬워할 수 있는 저의 첫 전시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작품목록
개 같은 여인이 사랑한 고양이는 투명하고 똑똑하고 사랑스럽고 폭씬폭씬했다, 혼합재료, 가변설치, 2021
전시 기간
2021.8.1~14
기획
김유민
참여 작가
김유민